출처: 블로터닷넷
작성자: 정보라 기자
작성일: 2012/03/05


웹이 도서관의 자리를, 학교를 대신하는 날이 올까.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은 ‘디지털정보포럼’을 8개월간 진행했다. 그중 8월에 진행한 ‘디지털 시대의 전자책과 저작권’ 행사에 참석했는데 연사들 대다수가 구글을 도서관의 경쟁 상대로 거론했다. 보다 넓게는 포털 사이트이고, 더 넓게는 웹을 뜻했다. 웹이 도서관을 대체하는 현상에 대한 위기감을 표현하며 국립중앙도서관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연사들의 발언이 흥미로웠다.

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린 배움터이다. 지금에야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지만, 십수년 전만 해도 상황은 조금 달랐다.

집에 있는 백과사전은 10년은 더 됐고, 내 책장은 빈약했다. 도서관에 가면 최신 백과사전과 다양한 책, 신문, 잡지가 있었다. 자료의 보고였다. 그리고 집에 있는 사양 낮은 컴퓨터와 달리 여러 대학 도서관과 국회 도서관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도 있었다. 여러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하려면 도서관 만한 곳이 없었다.

지금은 웹에 접속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점차 낮아지고, 여기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점차 방대해졌다. 구글이 뉴욕도서관을 비롯하여 세계 유명 도서관 여러 곳의 자료를 서버에 저장해 검색 서비스로 제공하니, 이미 웹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도서관을 넘어섰다.

웹에서 정보를 얻는 데 드는 비용이 0에 가깝다. 누구에게나 열린 도서관의 자리를 웹이 대신하고 있는 게다. 이제 웹은 교육으로 눈을 돌렸다. 보다 정확하게는 웹을 통해 지식을 나누려는 곳이 늘고 있다고 표현해야겠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은 1800여개 강의에서 사용하는 교재를 무료로 웹에 공개(오픈코스웨어, OCW)하겠다고 2001년 4월 발표했다. 그 이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과 미국 국립과학디지털도서관이 인터넷으로 교재를 공유하는 시도를 했지만, 오픈 에듀케이션은 MIT가 OCW를 시작하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규모가 큰 몇 개 대학들 이야기인 줄 알았던 MIT OCW는 2005년 OCW 컨소시움이 구성되고 국제적인 규모로 성장했다. 덕분에 한 학기에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내야 들을 수 있던 고등교육을 웹에 연결된 누구나 무료로 누릴 수 있게 됐다. 지금은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스페인, 프랑스의 대학이 OCW 컨소시움에 참가해 있다.

‘웹으로 배운다’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이요시 토오루는 카네기재단에 근무하며 MIT OCW를 미국에서 줄곧 지켜봤다. 그는 당시 MIT OCW 총 책임자인 앤 마귤리즈를 만나 강의 교재뿐 아니라 모든 강의 내용을 웹에 공개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웹으로 배운다


10년 전 MIT는 이이요시 토오루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12월 온라인에 모든 강의를 무료로 공개하고, 수강생에게 수료증을 발급하는 MITx 프로젝트를 공개했다.(참고: MITx란 무엇인가)

이이요시 토오루는 MIT OCW가 대표하는 ‘열린 교육’의 줄기를 교재(콘텐츠)와 지식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웹에 공유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총 3가지로 나눴다. 책에서 그는 일본의 IT 칼럼니스트 우메다 모치오와의 대담을 통해 웹에 흐르는 열린 교육 물결을 만드는 인물 중 한 사람으로서 열린 교육의 흐름을 짚어준다. 그는 카네기재단 지식미디어연구소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MIT 교육 이노베이션 테크놀로지 선임전략가로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학술 논문을 웹에 공개하자는 ‘오픈 액세스’도 열린 교육의 한 줄기이다. 그리고 얼마 전 전자책 업계와 디지털 교과서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애플의 아이북스 저작도구와 아이튠스U, 아이북스 스토어도 열린 교육의 한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유튜브 교육 카테고리도 물론이다. 구글은 얼마 전 교유 카테고리에 있는 동영상으로 커리큘럼을 짠 ‘학교용 유튜브’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참고: “교실에서 유튜브로 수업하세요”)

이 설명대로면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공공 영역에서 진행하는 열린 교육으로 간주할 수 있지 않을까.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두고 서버 업체와 단말기 제조 업체의 장밋빛 매출만 그릴 게 아니라 말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교과서’와 ‘교육’이 교실과 종이를 뛰어넘는 법적 지위를 갖는 데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년 만에 플랫폼을 마련해 콘텐츠는 교과서 업체로부터 받는다고 말한다. MIT는 OCW를 처음 시작하고 10년 만에 MITx를 만들고, 애플은 아이튠스U를 아이튠스 하부 서비스로 뒀다 4년만에 독립시킨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셈이다.

2003년부터 책가방 없는 교실을 외친 것을 떠올리면 진득하게 진행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KERIS와 정부가 말하는 디지털 교과서는 여전히 구름에 가려진 산 정상 같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정부가 왜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추진하는지 짐작해 볼 수는 있다.

덤으로 이 책이 들려준 MIT가 OCW를 추진한 뒷 이야기를 공개한다. MIT는 온라인 교육으로 수익을 얻을 방법을 고민하다, ‘비즈니스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답을 얻었다. 그렇지만 이미 온라인으로 강의 교재를 올리는 법과 그에 따른 프로세스를 연구했고 보고서도 나온터였다.

독특하게도 MIT는 ‘어차피 돈이 안 되면 사회에 환원하자’라는 취지로 무료로 강의 교재를 웹에 공개하자는 생각을 떠올렸다고 한다. 당시 밥 브라운 MIT 부총장은 찰스 베스트 총장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으라’라며 이 아이디어를 말했다. 다행히도 총장은 ‘훌륭하다’라며 멜론재단과 휴렛재단에서 1500만달러를 끌어와 OCW를 추진했다. 만약 이 때 총장이 부총장의 제안에 코웃음쳤다면 국내에 있는 KOCWSNOW는 물론 MITx는 지금쯤 존재하지도 않았을런지도.

 

MIT 오픈코스웨어 웹사이트

MIT 오픈코스웨어 웹사이트

SNOW 국내 오픈코스웨어

국내 오픈코스웨어,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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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Favicon of http://lemonism.net BlogIcon 레몬에이드 2012.03.20 13:55 신고

    고대도 OCW를 열었다죠 ^^
    책에서 말하는 일들이 현실세계로 조금씩 다가오니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  댓글주소  수정/삭제 Favicon of http://jpub.tistory.com BlogIcon 제이펍 2012.03.20 15:36 신고

      네. 유입경로를 보니 고려대OCW로 해서 들어오시는 분이 부쩍 늘었네요. 자본주의에서는 먹을 건 불평등할 수밖에 없겠지만 교육만큼은 평등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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