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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항해기

배본업체계약


오늘부터는 제이펍의 일과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제대로 항해를 하고 있는지 출판사 스스로 검토도 할 수 있고, 출판이나 책에 관심 있는 일반독자들의 호기심을 채워줄 수도 있고, 이제 새로 시작하려는 출판사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입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

월요일 아침부터 여기저기 뛰어다녔습니다. 뛰어다니기엔 아주 훌륭한 날씨였고요. 뭐, 제 발로 뛴 게 아니라 기름 써가며 돌아다니긴 했지만요. ^^

첫 책 [서버/인프라를 지탱하는 기술]의 교정지를 간밤에 최종 검토를 했었습니다. 최종 검토 시에는 이전 교정본 내용에 대한 대조 작업과 전체를 다시 한 번 읽어보면서 추가로 수정할 것들을 체크하고, 차례는 제대로 매겨져 있는지, 하시라 (☞ 하시라(はしら)는 책의 면주(面註)다. 면주가 뭔가? 책에서 각 면의 위나 아래 또는 본문 바깥쪽에 넣는 절이나 장의 제목, 면수 등을 이르는 말이다. 일어사전에도 기둥 주(柱) 자로 나와 있다. ) (일본말이라 잘 쓰지 않으려 합니다만, 이쪽에서는 흔히 쓰는 말이라.. ㅠㅠ)는 제대로 들어가 있는지, 그림이나 표 번호 등도 제대로 매겼는지, 기타 판권과 같은 주요 정보들은 이상이 없는지 등 책의 중요한 부분에 결정적인 실수가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차례와 그림 번호 등에 몇 개의 실수가 보여 바로잡아달라고 표시를 했습니다. 그리고 찾아보기용 단어들도 뽑아냅니다. 사실 이 작업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번역서인 경우, 가능하면 원서와 똑같이 하려고 합니다만 이게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그래서 쉽게 만드는 경우에는 볼드체나 고딕체의 단어와 제목의 일부, 그리고 역자께서 체크해주는 단어들로 만들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제이펍에서는 이렇게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원서의 찾아보기를 모두 번역하고, 번역된 최종 편집물을 PDF로 변환한 다음 해당 단어들을 PDF에서 찾아 실제 번역서의 페이지를 적고자 합니다. 그리고 어제 이 작업을 시도하였답니다. 그런데 번역하면서 일부 빠진 단어들도 있고, 찾아보기를 번역한 단어와 실제 책에 번역한 단어가 시간차로 인해 조금 다르게 번역된 것들도 있고, 결정적으로 PDF 변환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원서와 똑같이 만들지 못했습니다. 첫 책부터 조금 삐걱거리는 것 같아 내심 맘이 편치 않습니다. 하지만, 원서를 펼쳐놓고 고딕체로 되어 있는 단어들을 하나씩 번역된 교정지에 체크를 하고, 기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단어들을 꼼꼼이 체크하였기에 아마도 원서보다 더 많은 단어들이 번역서에 나올 것 같습니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지요. ^^*


아무튼, 그렇게 최종 검토를 마친 후 오늘 아침 편집하시는 분에게 직접 갖다주면서 내일모레 인쇄들어가야 하니까 빨리 수정해달라고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오늘 저녁 7시 경에 전화가 와서 다 되었으니 찾아가라고 하셔서 지금 제 옆에 수정된 최종 교정지가 있답니다. 자기 전 제대로 수정했는지 검토하고 내일은 인쇄용 필름을 출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휴~~~


아, 사설이 길어졌네요. 오늘은 배본업체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고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여러 출판사들이 출자하여 만든 도매업체인 한국출판협동조합이란 곳이 있습니다. 이곳의 자회사로 한국출판물류주식회사(이하 출판물류)란 곳이 있는데 이곳과 오늘 참고임대 및 배본대행 계약을 맺었습니다. 담당하시는 이*재 부장님께서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셔서 기분좋게 계약을 맺고 왔습니다.


그림 1 한국출판물류주식회사의 주요 업무


얘기를 들어 알고 있던 것보다 조금 비싼 것 같은데(생각하지 못했던 경비로 인해), 부도의 위험성도 없고, 최근 물류시설을 최신식으로 확충하는 등 작은 곳들과 계약하여 신경을 쓰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 계약에는 아직은 후회가 없습니다. 이곳 출판물류에서는 계약한 출판사를 SCM을 통해 관리가 됩니다. 출판사와 계약한 서점 혹은 그 외 서점에서 주문이 출판사로 오면, 출판사는 SCM을 통해 주문서를 작성합니다. 그러면 출판물류에서는 입력된 주문서에 근거한 명세서를 출력하고 해당 책을 찾아 발송준비를 마칩니다. 서울 및 경기 일부권은 당일 배송이 이뤄지고, 그 외 지방은 익일에 주문한 서점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 정도 출판사로 출고 및 반품에 관한 명세서를 보내서 출판사로 하여금 확인을 할 수 있게 합니다. SCM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언제/어디서든 인터넷만 된다면 확인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여기까지는 배본대행의 업무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배본대행은 출판사가 전국의 2000개가 넘는 서점에 일일히 배송을 할 수 없으니 그 역할을 대신하는 업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전, 출판물류와 배본대행(그림에서는 2 배송)만 계약한 것이 아니라 창고보관업무와 도서재생 및 폐기와 관련된 업무도 함께 계약을 맺었습니다. 출판사 자체적으로 창고를 갖고 있으면 좋겠지만 작은 출판사에는 부담이기 때문에 물류센터의 공간을 빌려 책을 보관하는 업무가 바로 창고보관업무입니다. 몇 부까지 월 얼마식의 계약을 맺는 거죠. 그리고 재생 및 폐기는 서점에 한번 나갔다 들어온 도서는 책 등 부분이나 위아래 면이 지저분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을 갈거나 혹은 조금 잘라내어 새 책처럼 재생하여 재출고하는 업무입니다. 그리고 폐기는 그야말로 더 이상 판매될 수 없거나 더 이상 독자가 찾지 않는 도서들에 대해 폐기를 하게 되는 업무이고요. 이런 경우는 없어야 하는데... 천여 명의 독자에게 지식과 정보 혹은 감동을 전해야 할 책 천 부가 폐기가 될 경우는 겨우 이삼십 만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니 출판사 사장이나 만들기 위해 애썼던 사람에게는 눈물나는 장면이죠. ㅠㅠ



참고로, 이와 같은 업무를 하는 비교적 큰 곳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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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창고임대 및 배본대행 주요 회사들


아무튼, 오늘 계약한 출판물류의 이 부장님과는 조만간 저녁 식사를 한번 하기로 했습니다. 오랜 세월 이 분야에 계셨던 산 증인이라 제가 배울 수 있는 좋은 이야기들을 들을 좋은 기회일 것도 같습니다.


내일과 모레는 아마도 인쇄 전 필름에 관한 이야기를 포스팅할 것 같습니다. 사진기를 잊지 않고 지참하여 보다 생생한 장면들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