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항해기 | Posted by 제이펍 2009.04.14 23:03

개발자들의 휴식처, 강컴


오늘은 필름 이야기를 할 계획이었지만, 내일로 미뤄야 하겠습니다. 지금쯤 내일 검판할 필름이 모두 나와 있겠네요. 내일 필름출력실에 가서 포스팅할 자료들을 만들어 저녁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은 인터넷서점인 예스24와 인터파크, 알라딘 등을 방문하여 위탁 계약을 맺을 참이고, 오늘은 강컴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신규거래 계약차 다녀왔지요.

조건은 서로가 조금씩 양보를 해서 잘 된 것 같습니다. 계약내용을 말씀드리려는 게 아니고 컴퓨터전문 온라인 서점인 강컴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최근 강컴을 이용하시는 분은 잘 모르시겠지만, 오랫동안 강컴을 지켜봐오신 분이라면 강컴이 예전 서초동인가에 있었던 강남컴퓨터서적이란 오프라인 서점이 모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때가 1990년입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어마어마한 시간이었네요. 그 당시에 벌써 컴퓨터관련 전문서점을 창업하셨으니 경영자의 그 안목이 대단하십니다. 강컴은 그렇게 강남 일대의 개발자들의 휴식처이자, 개발자의 꿈을 키워주는 은행과 같은 곳이었지요. 그러다 제2의 변신을 꾀하게 됩니다. 98년에 와우북(초기엔 웹폭스인가 그랬었죠)이란 국내 최초의 컴퓨터전문 인터넷 서점을 창업하게 됩니다. 시장은 서울의 강남일대에서 일약 전국으로 확대되었죠. 저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사이텍미디어가 저의 전 직장인데 2001년도인가에 컴퓨터서적 기획을 담당하고, 세번째로 낸 책이 TCP/IP 소켓 프로그래밍(C버전) 이었습니다. 링크 걸려고 찾아봤더니 아직도 판매되고 있네요. 그 당시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판매되었는데, 와우북 한 곳에서만인데도 하루에 1-200부씩 주문이 들어왔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으로서는 컴퓨터서적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수였죠.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개발자들이 훨씬 많았고, IMF 이후라 정부에서의 지원 등으로 전산학원들이 셀 수 없이 많았었지만요, 단적으로 와우북의 독보적인 위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잘 나가는 와우북을 의류수출로 차곡차곡 돈을 번 한섬이란 곳에서 2002년 인수를 했고, 와우북을 창업했던 멤버들은 예스24의 새로운 이식 세포에 맞지 않는지 제3의 변신을 시도합니다. 열광의 2002 월드컵이 끝난 7월에 바로 현재의 강컴 온라인서점을 창업하게 되었죠.

일개 출판사의 블로그에 일개 출판인이 일개(?) 온라인 서점에 대해 이렇게 구구절절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 이유가 있습니다. 올 초 강컴은 미완(?)의 홈페이지 개편으로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직 고쳐야 할 버그도 많고, UI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고, 이전보다 나은 점을 그다지 찾기 어려워 보여서입니다. 아직도 계속 개발중이라 하니 완료 후의 모습을 기대해보겠습니다. 아무튼, 강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개발자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유독 강컴이란 사업체에 애정을 갖게 될까요? 그들은 이윤을 얻기 위한 책판매라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인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강컴이 고객에게 보였던 서비스=정(情)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고객을 따스하게 대했던 직원들이 온라인 서점에서도 커피 한 잔 건내고 눈인사를 나누지는 못 하더라도 그 모습 그대로 전화응대를 하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고객에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기본 속성을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지금까지 잘 감추고, 단지 책 한 권 샀을 뿐인 나에게도 신경을 쓰는 곳이구나라는 느낌을 자주 주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지금도 많은 개발자들의 블로그에 가면 서점 최대 포털인 예스24나 교보문고 등이 링크로 걸려 있지 않고 강컴이 걸려 있는 이유가 그런 것들이 아닐까요?



최근 들은 얘기지만, 홈페이지의 계속되는 업그레이드와 함께 국내 개발자들을 위해 예전 미국의 도매상을 통해 공급하던 원서를 외국의 출판사로부터 곧바로 들여오려는 계획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바라는 구상대로 잘 이뤄지기를 오랫동안 지켜봐왔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출판인의 한 사람으로 기원해봅니다.

그러나 사족을 하나 달자면, 개편되는 홈페이지에서는 커뮤니티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독자들의 응원과 불만을 한꺼번에 볼 수 있었던 자유게시판을 없앤 홈페이지는 거꾸로 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유게시판의 역기능을 고려해서 그런 불가피한 선택을 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독자(소비자)들의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되는 곳을 만들어 독자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주고, 독자들의 블로그(강컴 내의 블로그가 아닌 외부 블로그)와 강컴의 블로그 혹은 홈페이지와 어떤 식으로도 연동이 되고, 개발자들의 수많은 커뮤니티들과 연대해야만 자본이라는 골리앗에 정(情)과 소셜(social)로 대항하는 다윗으로 맞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쪼록 IT전문서점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켜나가고 우리 개발자들의 영원한 안식처이자 개발자로서의 꿈을 이뤄주는 곳, 바로 그곳이 강컴이 되었으면 합니다.

강컴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의 항해는 여기서 멈추고 부두에 그만 정박해야겠네요. ^^;

^^* 강컴에서 제이펍의 첫 책 [서버/인프라를 지탱하는 기술]에 대한 예약판매가 제일 먼저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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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Favicon of http://kimjinhwan.tistory.com BlogIcon ginani 2009.04.15 00:36 신고

    강컴과 같은 사업과 문화사업을 겸행하는 출판문화가 우리사회에서도 뿌리깊게 자리잡기를 바라며,,
    이탈리아에서 본 경험으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출판사들이 자기 출판사의 사운을 함께할 주제를 잡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 중에서 출판사와 견해를 같이하는 작가들을 위해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공간을 제공하고, 친분을 나눌 수 있도록 모임을 주도하거나, 하다못해 계절에 맞춘 야외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을 보고 참 부러웠었는데.... 이젠 우리나라에도 그런 곳이 한 곳 더 생기겠네....ㅎㅎㅎㅎ

    •  댓글주소  수정/삭제 Favicon of http://jpub.tistory.com BlogIcon 제이펍 2009.04.17 02:07 신고

      서점에서 그 정도를 커버하기에는 무리이고, 출판사에서는 그렇게 진행하는 곳들이 있어. 출판사와 작가가 함께 공동으로 집필할 내용을 기획하고, 충분한 시간과 작업비를 제공하기도 하고.. 없는 컨텐츠를 창조해내는 직업이라 유럽이나 미국 혹은 일본에서는 선망받는 직업이지. 우리도 함 해보실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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