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 서평을 옮깁니다.
잠시 1980년대 말로 돌아가자. 당신은 지금 8비트 컴퓨터 앞에 앉아 ‘MSX BASIC 게임’ 같은 책을 보고 있다. 의미도 모른 채 한 글자 한 글자 코드를 입력한 끝에 "RUN"을 치자 게임이 실행될 때의 감격, 하지만 곧 게임 중 뜬 "Syntax error" 앞에 좌절했던 기억. 그땐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에러가 왜 나는지도 몰랐지만, 그 환희의 순간을 잊지 못해 지금도 게임을 만들거나 플레이하고 있지는 않은가.
네, 이건 바로 책을 편집한 제 이야기이자, 40대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게임을 붙잡고 있는 많은 어른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유년시절에 하필 ‘게임’이라는 현상에 각인되어버린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MSX 시절 의미도 모르면서 게임을 돌리기 위해 베이직 코드를 두드리던 이들은, MS-DOS 시절에도 (계속해서 의미도 모르지만) SIMCGA, HIMEM.SYS, EMM386.EXE와 씨름하면서 어떻게든 게임을 실행하고 플레이했습니다.
그렇게 더 시간이 흘러, 현재 게임을 만들고 있거나, 혹은 언젠가는 만들고 싶어 하는 40대가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복돌로 하던 게임을 부채를 갚는답시고 이제 와 구매하기도 하고, 어차피 실제로는 에뮬레이터로 할 거면서 굳이 레트로 게임기 실기나 게임 패키지를 수집하기도 하며, ‘왜 요즘 게임은 뭘 해도 어렸을 때만큼 재미가 없을까’ 하고 한탄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들에게 바치는 책입니다.
하위 호환성이 없는 오늘날 환경에서, 구식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게임을 개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인터넷은 빠르게 변하고 수많은 자료(링크)가 빠르게 유실됩니다. 옛날 게임 개발 자료를 찾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한국 PC 게임의 역사가 끊긴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래서 현존하는 자료를 거의 모두 이 책에 정리했습니다.
그때 코딩을 몰라서 완성하지 못했던 게임, 혹은 지금껏 상상만 해왔던 자신만의 게임, 어른이 된 지금이라면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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