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부가 곪았을 때는 곪은 부위를 도려내는 것이 가장 빠른 치료 방법일 것입니다. 그냥 방치해 두거나 소극적 치료로는 온몸으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높겠죠. 세균은 그런 녀석들이니까요. 이런 처치는 비단 상처만 해당되는 게 아닐 겁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때 해결하지 못하면 그 문제들이 두고두고 쌓이게 되고, 끝내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적폐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그 적폐가 보이는 곳을 정확히 겨냥하여 제거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참담할 것입니다.
작년 초, 네 명의 저자가 저희에게 보내온 원고를 보고 위와 같은 생각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저희 제이펍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분야였지만, 마땅한 원서나 저자를 찾지 못해 책을 못 내고 있던 분야가 바로 UX였습니다. 바로 그 UX 전문가 4명이 UX 관련 원고를 투고해 왔으니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 그런데 그런 기쁨은 잠시였고, 기획서와 샘플 원고를 읽어보고서 떠오른 단어가 '적폐'라니... 원고와 기획서 어디에도 '적폐'라는 단어가 없었지만요.
(이미지 출처: https://goo.gl/Ja5gV0)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즉 UX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한 그 원고에는 대한민국에서의 UX는 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갈지자걸음을 했을까, UX에 대한 올바른 학습이나 인식 없이 그저 진영 논리에 맞게 이용했던 사례들이 적나라하게 기술되어 있는데, 이를 보며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UX 분야에 관심 있어 하는 분들이나 종사자들의 실무에 도움 되는 서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비평서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서적 대부분은 학습서나 실무서로 이뤄져 있는데 이런 류의 책을 펴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하지만 고민 끝에 계약하여 펴내기로 하였고, 몇 번의 원고 수정을 거쳐 1년 반이 지난 지금에서야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왜 계약하였을까요? 바로 그 적폐, 즉 대한민국 UX의 곪은 환부를 보여주고 이를 치유하는 과정이 담겨 있는 유일한 책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UX와 관련 있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꼭 보았으면 합니다. 관련 학과 학생이든, UX 종사자이든,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는 개발자이든, 학계에 있는 교수든, 회사의 결정권자이든 말이죠. 대한민국에서 UX가 오남용되는 사례를 보고는 읽는 사람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답답한 심정에 잠시 책을 내려놓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전문가인 4명의 저자가 난상토론을 벌이며 정리한 대안에서는 UX 업계의 적폐를 청산할 이정표를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애플의 산뜻한 사과 로고가 아닌, 여기저기 베어 물어 만신창이가 된 사과를 메인 이미지로 쓴 이유, 그리고 UX 책에는 어울리지 않는 도발적 제목도 이런 연유에 근거합니다. 이 책을 계기로 우리의 UX에 대해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UX에 대한 논쟁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나아갈 방향을 찾는 데도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곧 찾아뵙겠습니다. 12일에 출간됩니다!
■ 샘플 PDF(차례, 머리말, 감사의 글, 배타리더 후기, 1장 '아이폰의 등장과 UX의 시작')
■ 도서구매 사이트(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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