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파이어드: 감동을 전하는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역자 배장열입니다. 지난 글에서와 마찬가지로 혁신이라는 주제를 이어가기로 하겠습니다. 몇 년 전이었던가요? 한창 6시그마 바람이 불었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이 6시그마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혁신 죽이기(How to Kill Innovation)
원문 주소: http://www.svproduct.com/how-to-kill-innovation/
원문 게시일: 2009년 2월 2일
저자: Marty Cagan
작성자: 배장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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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지난주에 회사 두 곳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실리콘 밸리가 아닌 곳에 자리 잡은 소프트웨어 회사였다고 하는데요. 이들 회사가 최근에 6시그마 컨설턴트를 영입했다는 소식에 적잖이 놀랐다고 합니다. 저자는 6시그마의 도입이 이 두 회사에만 국한된 사례이기를 바란다지만, “잘못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신조에 따라, 6시그마와 같은 품질 중심의 방법론을 논의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주장입니다.
<제조업 분야 등에서 품질이라든가 비용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썩을 때 6시그마가 적절한 해답일 수 있는 것은 6시그마가 기본적으로 비용과 결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품질 경영 기법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6시그마를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방법론이 조직 내 어느 곳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제조 공정에서 결함을 낮추는 데 좋을 법한 이 원칙이 제품 발굴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은 아예 망가뜨릴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저자의 억양이 다소 거칠어집니다.
<이것 하나 만큼은 정말로 진지하게 말하고자 한다. 혁신이 무기인 회사에는 6시그마를 주창하는 사람들이 파괴자일 수 있다. 그들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빚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6시그마를 도입한 이후 혁신을 찾아볼 수 없는 기업 몇 곳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열정의” 예전 그 모토로라나 직원들에게 혁신을 불어넣는 것이 회사의 성장 동력이었던 3M, “커다란 생각을 현실로” 가져왔던 바로 그 GE, 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창의적이었던 썬(Sun), 고객의 기쁨을 최대의 목표로 두고 설립된 회사였던 인튜이트(Intuit)가 그런 기업들이랍니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전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으며 끊임없이 기술 혁신을 시도하는 업계 선두였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6시그마가 똬리를 틀 때까지는 말이죠. 이후 이들 회사의 혁신은 자취를 감췄고, 미세한 성능 개선 정도가 주를 이루게 됐습니다. 그러고는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거죠.
여기서 저자는 물론 6시그마의 의도가 혁신의 목을 조르거나 아예 죽이는 것은 아니라면서 다소 감정이 누그러집니다. 다만 6시그마 원칙을 프로세스 전반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결과가 지나칠 정도로 강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칙 자체가 가지는 장점을 무색하게 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더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심화된다는 것 또한 문제라고도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지만 6시그마로 인해 새로운 제품의 소개가 늦어지고 제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실망으로 비치기 때문에 시간이 그리 흐르지 않아도 부정적 결과는 눈에 보이게 된다고 합니다.
6시그마를 적용한 회사에 찾아가 기술 제품 팀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창의력이 세면대로 빠지는 물처럼 사라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창의적인 사람들을 유지하기에도 벅찬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미래의 성공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사람들인데도 말입니다.
저자는 기술 회사의 경우, 결함과 비능률을 제거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들의 전부는 고객이 사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발굴하고 내놓는 것이랍니다.
<제품을 적절하게 빌드하는 것과 적절한 제품을 빌드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이 둘을 혼동하면 곤란하다.>
저자의 주장입니다.
저자는 여러분의 목표가 Malcolm Baldrige National Quality Award를 수상하는 것이라면, 6시그마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기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6시그마 대신에 제품 발굴을 중심으로 조직을 최적화하고 창의력과 추진력을 북돋우어 사람들에게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비난의 화살이 또 한 군데를 겨냥합니다. 어울리지도 않는 분야에 어울리지도 않는 기법을 적용하겠다고 애를 쓰는 사람은 6시그마 컨설턴트만이 아니라 또 있습니다. 스크럼(Scrum) 지지자들도 스크럼의 원래 목적 자체가 아닐 뿐더러 자칫 상황만 더 그르칠 수밖에 없는 분야에 스크럼 프로세스를 적용하겠다며 열의만 지나치게 쏟아 붓는다고 힐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6시그마를 구현하겠다며 애를 쓰는 모습이 오히려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능력을 갉아먹고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일침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6시그마를 전파하겠다며 사내 복도를 어슬렁거리는 무리가 있다면 그들의 허리띠를 잡아채 그들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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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대한 이야기나 “제품을 적절하게 빌드하는 것과 적절한 제품을 빌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인스파이어드: 감동을 전하는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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